특별전 (Special Exhibition)

이야기의 가운데 / Les Protagonistes

알려지지 않은 우리는 이름도 이야기도 없는 존재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도시는 텅 비어있는 폐허일 뿐이다. 밝은 불빛과 유명한 스타들의 이야기에 사로잡힌 현재의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이름 없이 평범한 삶 속에서 잊혀진다. 하지만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거나, 조금만 더 오래 바라보면, 특별하거나 대단하지 않은 그 누군가도 그에게 주어진 삶의 무대 위 유일한 주인공이 된다. 타인, 방문객 혹은 임시 거주자로서 나는 그러한 이름없는 이들을 포착하여 상상의 이야기 속에 넣는다. 그에게 가짜 이름이나 꾸며진 얼굴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조금의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작품 앞에 서있는 이가 작품 안에서 살아가는 그림자들을 통해 자신을 투영하고, 타인을 상상하고, 서로를 위치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게끔 한다. 점과 선, 아이, 나, 실루엣, 그림자 등의 이 인물들은 현실적이거나 상상적인 이미지 속을 돌아다니며 우리를 그들의 삶으로 초대한다.

​

- 이지선.